[폭력의 해부] '살인자의 유전자'가 있을까?

2015. 8. 31. 14:05책 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범죄'살인자의 유전자'가 있을까?


제프리 랜드리건Jefferey Landrigan[각주:1]은 1962년 3월 17일에 태어나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어머니에 의해 고아원에 버려졌다. 당시 그의 나이는 8개월이었다. 그러나 운이 좋게도 그는 오클라호마 주의 전형적인 미국인 가족에 입양되었다. 그를 입양한 아버지는 닉 랜드리건Nick Landrigan이라는 지질학자였고, 어머니인 도트Dot는 제프리와 친딸인 섀넌Shannon을 모두 사랑했다. 제프리는 좋은 교육과 엄격한 양육방식에서 완벽하게 새로운 시작을 꿈꿀 수 있었다.


그러나 과거에서 온 불길한 그림자가 아이에게 드리워졌고 아이의 운명을 가로막았다. 제프리는 두 살 때 이미 쉽게 짜증을 냈으며 정서적 통제력이 없었다. 10살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11살 때는 한 가정집에 무단침입하여 금고를 털다가 경찰에게 체포되었다. 그는 무단결석을 하고 마약에 빠졌으며 차량을 훔치고 유치장에서 지냈다.


그는 빠르게 범죄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20세가 되었을 때, 제프리는 어린시절 친구와 함께 술을 마셨다. 친구는 제프리에게 곧 태어날 자식의 대부가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제프리는 뭐라고 대답했을까? 그는 친구를 칼로 찔러 살해했다. 1982년, 그는 2급 살인으로 20년 형을 살기 시작했다.


제프리 래드리건 사진, 출처: http://edition.cnn.com/2010/CRIME/10/27/arizona.execution/index.html


놀랍게도 랜드리건은 1989년 11월 11일 교도소에서 탈옥하여 애리조나 주 피닉스로 빠져나갔다.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도 있었지만 그의 운명은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었다. 피닉스에 있는 버거킹에서 제프리는 우연히 체스터 다이어Chester Dyer를 만나 대화를 하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이어는 칼에 찔리고 전깃줄로 목이 졸려 죽은 상태로 발견되었다. 그러나 제프리의 운은 다해가고 있었다. 경찰은 살인현장인 다이어의 아파트에서 제프리가 나가면서 바닥에 흘린 설탕에 남긴 족적을 발견했다. 그는 결국 체포되어 살인으로 유죄판결을 받고 사형선고를 받았다.


파란만장하고 뒤죽박죽인 제프리의 인생 마지막 장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기이한 반전이 남아 있다. 제프리가 애리조나에서 사형수로 있을 때, 다른 수감자가 그에게 대럴 힐Darel Hill이란 사기꾼에 대해 말해주었다. 대럴 힐이 제프리를 너무나도 닮았다는 것이다. 힐은 제프리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친부로 밝혀졌다. 힐은 제프리와 똑같이 닮았는데, 외모만 닮은 것이 아니었다.


대럴 힐은 어렸을 때부터 범죄를 저질렀다. 그도 마약중독자였다. 제프리처럼, 그도 살인을 두 번이나 저질렀다. 교도소에서 탈옥을 한 적이 있다. 제프리는 아버지의 외모만 물려받은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더 이상 닮을 수 없을 정도였다.


끝이 아니다. 제프리 랜드리건의 할아버지, 즉 대럴 힐의 아버지도 범죄자였다. 그는 1961년에 약품판매점을 강탈했고 맹렬한 자동차 추격 후에 경찰의 총에 맞아 죽었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대럴 힐의 말이 가장 적절히 요약한다.


“똑똑한 사람 아니라도, 범죄자가 3대에 걸쳐 있다는 걸 보면 뭔가 관계가 있다는 걸 알 거요. 패턴이 있는 거지.”

‘살인자의 유전자’라는 게 있을까? 만약 없다면, 다수 유전자가 스스로, 또는 환경과 치밀하게 상호작용하여 힐과 제프리와 같은 살인자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제프리는 안전하고 반듯한 양육 환경에서 자라났지만 구원받지 못했다. 가난하고 불결한 삶에서 폭력적 유산을 물려받은 제프리가 사랑과 보살핌이 가득한 성공적인 가정에 가서도 살인자가 되었다는 이 흥미로운 사례는 폭력에 유전적 성향이 있음을 암시한다.


본 게시글은 도서 <폭력의 해부> 일부를 참고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폭력의 해부 - 10점
에이드리언 레인 지음, 이윤호 옮김/흐름출판






  1. https://en.wikipedia.org/wiki/Execution_of_Jeffrey_Landrigan [본문으로]